평택항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물류 중심지라는 구호는 더 이상 시민들에게 설득력을 주지 못한다. 그 안에는 구) 여객터미널 부지, 신) 여객터미널 인근 부지, 화물차 임시주차장 부지까지…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구) 여객터미널 부지를 둘러싼 논쟁은 평택항의 민낯을 보여준다. 시민단체는 이곳을 친수 공간과 항만 역사관 등 공공 공간으로 조성하자고 주장한다. 시민들이 바다를 더 가깝게 느끼고, 항만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만업계와 물류계는 “평택항 배후단지 창고 가용률이 이미 포화 상태”라며 즉시 컨테이너 통합 물류기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문제는 이 논쟁이 단순한 '부지 활용'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신) 여객터미널은 이미 2,400억 원을 들여 건설됐지만, 부두 폭 협소, 연결 도교의 설계 오류, 그리고 운영사 선정 실패로 인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유령 항구'로 전락했다. 본질적 문제 해결은 뒷전이고, 구) 터미널 부지를 둘러싼 '유산 다툼'만 격화되고 있다.

신) 여객터미널 인근 부지를 둘러싼 논의도 복잡하다. 일부는 주차장, 일부는 배후 물류 시설, 또 다른 일부는 시민 휴식 공간 등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실질적인 계획과 전략은 전무하다. 정책은 말뿐이고, 실천 계획과 지도력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화물차 임시주차장 부지를 놓고 불법 단체와 무면허 화물운송업체들이 난립하며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고 있다. 실제로 “현역 국회의원이 화물차 임시주차장 포장 문제에 개입하고, 평택 컨테이너운송협의회는 입당원서를 받아주기로 했다”라는 회의록이 공개되며 충격을 줬다. 이는 정치권과 특정 단체 간에 이권 개입 의혹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평택항 인근 대형 화물차량들의 신호위반, 불법 유턴, 과속 등 교통법규 위반도 심각하다. 교차로와 진출입로 일대에서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 차량의 무리한 운행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지역 전체의 교통안전을 흔들고 있다.

평택항 일대 석재 야적장과 고철 야적장의 비산먼지와 환경오염 문제도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평택시는 「대기환경보전법」상 신고와 관리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단속과 실태조사는커녕 신고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다. 행정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주민들은 눈 따가움과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며 창문조차 열 수 없는 일상을 견디고 있다.

정작 시급한 것은 부지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신) 여객터미널 정상화와 친환경 항만 실현, 그리고 주민의 삶과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다. 부두와 도교의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고, 편의시설을 가동하며, 투명한 일정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구) 여객터미널과 주변 부지 활용 논의도, 신) 터미널이 정상화된 이후에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그 이후에야 시민을 위한 친수 공간과 역사관, 물류 기능 강화라는 진정한 공공성과 경제성의 균형을 논할 수 있다.

“행담도에서 바라본 평택항. 평온해 보이지만, 물밑에는 조용하지 않은 갈등이 일렁인다.”(사진=장천식 기자)

연못의 물이 말라가는데 물고기들은 그늘 자리다툼만 하는 듯한 모습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부지를 누가 차지할지가 아니라, 항만의 생명줄을 살리는 일이다.

평택항은 지금 표류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누구를 위한 항만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수십 년 후에도 같은 논쟁만 반복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은 누가 바로 잡아야 할까?행정은 직무 유기를 멈추고, 정치권은 이권 대신 공공성을 택해야 하며, 시민사회와 언론은 더 큰 목소리로 감시와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결국, 이 복잡한 평택항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행정도, 정치권도, 시민도 아닌 ‘우리 모두’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선택과 결단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