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CNEWS 장천식 기자] 집회와 시위는 제도 밖으로 밀려난 목소리들이 마지막으로 택할 수 있는 수단이다. 사회가 귀를 닫을 때, 사람들은 거리를 택한다. 마치 응답 없는 문 앞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제도권의 반응이 부재 할 때 거리의 외침은 불가피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에게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권리가 아닌 민주 사회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 중 하나다.

역사를 돌아보면 거리의 외침은 변화를 일으킨 진원지였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비 폭력 인권 운동, 1987년 대한민국의 6월 항쟁은 정치 권력이 외면한 절박한 외침이 시민사회의 힘으로 전환된 대표적 사례다. 거리에서 울린 목소리는 법과 제도의 틀을 바꾸었고, 결과적으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집회와 시위는 이처럼 명확한 방향성 만을 지니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절박한 외침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불편이자 피로로 다가온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집회의 이중성이 존재한다. 집회는 권리이자, 때로는 갈등을 증폭 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평택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제역 개발과 관련한 보상 문제를 두고 평택 시청 앞에서는 연일 시민 단체의 집회가 이어졌다. 이들의 주장은 절박했고 이유 있는 요구였지만, 소규모 시위가 장기화하며 도심을 오가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피로감이 번졌고, ‘정당한 주장마저 왜곡될 수 있다’ 라는 우려도 피어나기 시작했다. 고덕과 포승, 통복동 일대 건설 현장에선 하도급 구조에 따른 갈등 등을 둘러싼 반 복적인 시위가 공사 지연과 지역 주민의 불편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K-6(캠프 험프리스) 미군 기지 앞에서 미군 철수 등을 둘러싼 찬반 시위가 열리며,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 모든 장면은 우리에게 되묻는다. ‘이들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공공은 그 물음 앞에 어떤 자세여야 하는가?’. 문제는 단지 시위의 양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다양한 갈등의 목소리를 어떻게 수렴하고, 어떻게 제도 안으로 통합해 낼 것 인가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회의 방식에 대한 일방적 평가가 아니다. 절실한 외침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공공의 태도와 제도적 설계가 필요하다. 듣고 응답하는 구조가 작동하지 않을 때, 목소리는 거리로 쏟아질 수밖에 없다. 공존은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