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에 잠정적인 작업 중단 조치를 취한지 벌써 보름이나 지났다. 지난달 23일부터 북한 근로자 5만3천여 명이 일제히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양국 정부의 경제협력이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에 의해 일시에 중단될 수 있다는 상상을 불허하는 일이 현실로 나타나 고착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가 즉각 북한의 조치에 유감을 표하고 나섰고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개성공단의 중단은 북한으로서 세계 여러 나라들로부터 대북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악수를 스스로 두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남북경협의 상징이 무너진다는 의미를 넘어 남북한 쌍방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의 유·무형 피해가 상상이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만약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북한은 연간 9천만 달러(1천억)의 수입원과 북한 주민 수십만 명의 생계수단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된다. 남한도 123개 기업의 도산으로 약 4억7천만 달러의 생산 차질과 수천 개의 하도급 업체에 속해있는 1만5천명의 근로자가 영향을 받게 된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개성공단 폐쇄 시 협력업체의 동반부도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피해만 6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이미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적 피해는 남북대치 상황에서 개성공단이 지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가치와 비교하면 약과다. 개성공단은 그동안 천안함에 대한 피격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사건 때도 중단 없이 유지했었다. 그만큼 남북의 긴장과 안보불안을 해소하고 외국 투자자들의 코리아디스카운트를 받쳐주는 역할을 해 온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등으로 남·북간 교류가 전면 중단된 때도 개성공단은 남북주민이 교류하는 유일한 통로구실을 해왔다.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들에게 간식용으로 제공된 코코파이 등 남한의 제품들이 북한의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면서 개성공단 존재자체가 통일의 큰 자산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 같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의 ‘완충지대’가 사라지므로 한반도의 리스크가 올라가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게 돼 그 어떤 북한의 위협보다 실질적인 국가적 손해가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의 개성공단 운영중단 조치는 그동안 북한이 말로 위협하던 단계를 넘어 실행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위한 진행과 영변의 핵시설 복구 움직임 등도 그 연계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위협이 계속 고조되자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북특사를 보내자, 남북대화를 추진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앞으로 북한문제는 1회성 화해무드로 끝날 성격의 일이 결코 아니다.

북한은 최근 지난 3개월 동안 위협수위를 계속 높여가면서 탄도미사일과 핵실험 등 자신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제재국면을 대화의 상대와 주체가 되는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중국도 지난 8일 “한반도의 전란은 누구의 이익에도 들어맞지 않으며,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대화와 담판”이라고 강조함으로써 북한과 미국과의 직접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이 생사를 걸고 벌이는 치킨게임에 자신들의 첨예한 이익 당사자국들이 발 빠르게 나서고 있지만, 정작 직접 당사자인 대한민국의 설자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갈수록 피폐해지는 주민들의 생활에도 불구하고 당장 주민들을 위한 개혁개방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는 점이다. 개혁개방은 스스로 북한정권의 자멸을 재촉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오직 살길은 전쟁위협을 통한 대화를 통해 원조를 받아내고 핵보유국의 지위를 이용한 무기 수출이나 핵기술이전, 밀매 등 불법적인 외화벌이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형을 바꿀 역사상 유례가 없는 회오리비람이 몰아치고 있는 지금 한국이 역사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이 보다 더 큰 불행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초코파이 완충지대의 위기극복을 위한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철수 논설위원(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예술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