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부실채권전담은행’을 통한 장기 연체자 빚 탕감 정책은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정책은 7년 이상 장기 연체자 중 5천만 원 이하 채무를 보유한 약 113만 명을 대상으로, 한국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채권을 매입해 탕감하거나 재 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민생 회복과 사회적 안전망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빚의 굴레에 갇힌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고, 소비 진작과 경기 활성화를 꾀하려는 취지다. 실제로 이러한 선한 의도와 정책적 필요성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러 무거운 논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미 빚을 성실히 갚아온 수백만 명의 ‘성실 상환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은 여전히 크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 채 고통을 감내하며 빚을 청산해 왔다. 이번 정책이 자칫 ‘갚지 않아도 결국 탕감받는다’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도 제기된다.

더욱이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외국인 채무자 포함 여부다. 정부는 약 2,000명의 외국인 채무자가 총 182억 원의 빚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들의 국적조차 공개하지 못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책에서 수혜자의 신분과 국적이 불명확하다는 점은 정책 신뢰를 크게 훼손한다. 국민은 빚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매는데, 국적도 모르는 외국인까지 혜택을 받는다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외국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각종 혜택을 누린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세제 감면이 주어지고, 유학생들에게는 반값 등록금과 기숙사 우선권이 제공된다. 일부 지자체는 외국인 주민에게 긴급 재난 지원금과 통역·법률·의료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빚 탕감 혜택까지 더해진다면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질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심사 기준을 엄격히 하고, 생계형 채무를 중심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외국인 포함 여부나 구체적 심사 기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투명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완이 시급하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번 정책에 대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진 비판만을 반복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정책의 본질과 취지를 존중하면서, 국민적 신뢰를 지키기 위한 합리적 비판과 보완 요구가 더 중요하다. 야당 역시 정치 공세를 넘어 생산적 대안을 함께 고민할 때 정책의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다.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선하다 해도, 국민적 신뢰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빚 탕감이 아니라, ‘회생’과 ‘신뢰’를 동시에 담보하는 균형감 있는 정책이다. 성실히 빚을 갚아온 국민들에게는 보상적 장치를 마련하고, 외국인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철저한 심사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 매며 빚을 갚는다. 정부가 누구를 먼저 바라보고 있는지를 국민은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