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 | 국제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아이의 마음은 거울과 같다.
그 거울 속에는 세상의 표정보다 먼저, 엄마의 표정이 비친다. 아이는 엄마의 눈빛에서 ‘나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인가’를 배우고, 엄마의 말투에서 ‘세상은 안전한 곳인가’를 느낀다. 그래서 아이의 정서 발달은 지능보다도 먼저, 언어보다도 먼저 ‘엄마의 감정’에서 출발한다.

나는 오랜 시간 유아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왔다. 놀랍게도, 아이의 정서적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면 그 뿌리에는 늘 엄마의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사소한 일에도 자주 울어요.”,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불안해해요.” 이런 말을 하는 어머니들에게 내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늘 같다.

> “요즘, 엄마의 마음은 괜찮으신가요?”

아이의 불안은 종종 엄마의 불안에서 시작된다. 엄마가 불안하면 아이의 마음도 흔들리고, 엄마가 평온하면 아이의 마음은 고요해진다. 감정은 보이지 않지만, 공기처럼 전염된다. 아이의 정서 안정은 결국 ‘엄마의 내면 안정’ 위에 세워진다.

감정을 숨기지 말고, 마주하기

많은 엄마들은 “좋은 엄마가 되려면 화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성숙한 감정 조절은 ‘억누름’이 아니라 ‘인정’에서 시작된다.
엄마도 사람이다. 피곤할 수 있고, 화가 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지금 나는 화가 나 있구나.”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순간, 감정은 통제할 수 없는 폭풍이 아니라 ‘다룰 수 있는 파도’가 된다.

아이들은 엄마가 감정을 대하는 방식을 그대로 배운다. 엄마가 분노를 억누르거나 폭발시키는 모습을 반복하면, 아이도 감정을 두려워하거나 공격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반대로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건강하게 다룰 때, 아이는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표현하는 법을 배운다. 그것이 바로 ‘정서지능’의 시작이다.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나부터 이해하기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내 마음의 상태를 먼저 들여다보자.
“내가 아이를 자주 다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왜 아이의 실수가 그렇게 불안할까?”
이 질문은 단순한 자기반성이 아니라, 아이의 정서 발달을 돕는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다.

엄마가 자기 자신을 이해할수록,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이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엄마가 성장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안정된다.
결국 아이의 감정 성장에는 교재나 교육 방법보다도 ‘감정을 다루는 엄마의 태도’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엄마의 감정이 아이의 세계를 만든다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숨을 고르고, 오늘 하루 내 마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감정은 돌보면 부드러워지고, 무시하면 딱딱해진다.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돌볼 때, 그 따뜻한 에너지는 아이의 세계를 부드럽게 감싼다.

나는 지금도 현장에서 늘 이야기한다.

> “엄마의 감정은 아이의 언어보다 빠르고, 교육보다 강하다.”

엄마의 평온이 곧 아이의 안정이다.
엄마가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할 때, 아이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빛을 낸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엄마의 감정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는 말이 결코 비유가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