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CNEWS 장천식 기자〕지난 10월 20일, 충북의 한 병원 폐쇄병동 내부에서 의복이 벗겨진 채 벽에 묶인 환자들의 모습 등이 담긴 사진 수십 장이 확보됐다. 사진은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입수된 것으로, 복수의 병실에서 비슷한 장면이 촬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속 환자들은 모두 의복을 착용하지 않은 채 바닥에 누워 있거나 쪼그린 자세로 앉아 있었다. 이들의 손목과 발목은 벽면 하단의 철제 고리에 연결된 끈으로 묶여 있었으며, 사용된 끈은 의료용 강박벨트가 아닌 화물용 밴드와 유사한 두꺼운 나일론 재질로 보였다. 바닥에는 오염물 흔적이 남아 있었고, 환자들은 위생이 확보되지 않은 채 결박된 상태로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박 방식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제27조가 정한 ‘의료용 장비에 의한 일시적 보호조치’ 기준과는 명백히 다르다. 같은 법은 강박이나 격리를 최소한의 범위와 기간 내에서,인권을 보장하며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자가 문제의 사진을 병원 측에 직접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 측은 평소 환자 관리가 의료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자·타해 우려가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2시간 단위로 결박 조치를 시행하고 관련 기록도 절차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의료용 끈이나 벽면 고정체 결박은 존재하지 않으며, 환자를 방치한 사실도 없다”고 전했다. 또한 환자 결박은 침대에서만 절차에 따라 시행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확보된 사진의 결박 상태는 병원이 설명한 절차와는 현저히 달라 보인다. 끈이 벽면 하단의 고정 철제 고리에 직접 연결되어 있었고, 환자들은 침대가 아닌 바닥 위에 결박된 채 있었다. 이는 환자 안전을 위한 보호조치를 넘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병원의 폐쇄병동 외관. 관할 보건소는 “사진 속 병실 구조가 실제 병동과 다르다” 고 밝혔으나, 입수된 병실 사진에는 벽면 하단 철제 고리와 결박 끈이 포착돼 사실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장천식 기자, 2025.10.23)

관할 보건소는 제보 사진 일부를 확인하고 10월 21일 현장 점검을 진행했지만 “사진 속 시설 구조와 실제 병동이 다르며, 벽면 고정체나 비의료용 결박 도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건소 관계자는 “병실 구조와 장비, 위생 상태를 모두 점검했으며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건소의 점검 결과와 제보 사진의 내용은 여전히 맞물리지 않는다. 병원 측과 보건소는 “벽면 고정체나 비의료용 끈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확보된 사진에는 명확히 철제 고리와 비의료용 밴드로 보이는 끈이 포착돼 있다. 실제 현장 구조가 변경됐거나, 촬영 시점이 과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사진의 진위 여부보다, 이러한 형태의 결박이 실제로 가능한 병동 구조와 관리 체계가 여전히 존재하느냐는 점이다. 병원은 절차 준수를 주장하지만, 결박 방식이 환자 인권과 법적 기준에 부합했는지는 향후 관계 당국의 정밀조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과제다.

한편, 2021년에도 국내 한 병원 폐쇄병동에서 환자의 손발을 침대에 묶은 채 장시간 방치한 사례가 보도돼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당시 보건 당국의 실태 조사에서는 일부 병원에서 비의료용 결박, 장시간 강박, 신체 노출 등의 사례가 반복적으로 적발됐지만, 근본적인 시정은 이뤄지지 않아 유사한 문제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벽면 철제 고리 결박’ 이라는 비의료적 형태가 다시 등장한 만큼, 폐쇄병동 내 환자 인권 보호 체계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드러낸다. 결박 절차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절차가 인간의 존엄을 묶어둘 권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