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 | 국제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사춘기는 아이에게 두 번째 탄생기이자, 엄마에게 두 번째 성장기다.
이 시기의 아이는 몸이 자라듯 마음도 새롭게 태어난다. 엄마의 품 안에 있던 아이가 세상과의 거리감을 배우며, 독립된 존재로 자라기 시작한다. 그런데 엄마의 입장에서는 이 시기가 낯설고 때로는 서운하다. 아이가 “엄마, 나 혼자 할게요.”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의 성장과 동시에 엄마의 외로움도 함께 시작되기 때문이다.

🌙 “예전엔 내 말을 잘 듣던 아이가 달라졌어요.”

많은 엄마들이 사춘기 자녀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사실, 달라진 것은 ‘아이의 마음’이 아니라 ‘표현의 방식’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지만, 그 마음을 이전처럼 단순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싫어”, “귀찮아”, “몰라”라는 짧은 말 뒤에는 ‘나를 이해해줘요’라는 간절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엄마가 그 말의 표면만 듣고 반응하면 싸움이 된다.
하지만 그 안의 감정을 읽어내면 대화가 된다.
아이의 말보다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를 살리는 첫걸음이다.

🌿 엄마의 불안은 아이의 감정으로 돌아온다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들은 늘 걱정 속에 산다.
“공부는 잘하고 있을까?”, “친구 문제는 없을까?”, “혹시 위험한 행동을 하진 않을까?”
이런 불안은 자연스러운 보호 본능에서 시작되지만, 너무 커지면 아이에게 ‘통제’로 전달된다.
“빨리 공부해!”, “왜 그런 애랑 놀아?”, “너 요즘 왜 그래?”
이런 말은 아이의 마음을 닫게 만든다.

사춘기 아이들은 ‘지시’보다 ‘신뢰’를 원한다.
엄마가 불안을 내려놓고 아이를 믿어줄 때,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는 존재라는 확신을 갖는다.
그 신뢰가 아이의 자존감을 키운다.

🌸 감정을 조절하는 엄마가 관계의 균형을 지킨다

사춘기 아이와의 관계에서는 ‘이기는 것’보다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말이 거칠어도,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엄마는 관계의 중심을 잡는다.
이 시기의 대화는 말보다 ‘태도’로 이루어진다.
엄마의 차분한 눈빛, 무심한 듯 건네는 “괜찮아, 네 마음 이해해”라는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녹인다.

엄마의 감정이 흔들리면 아이는 세상이 불안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엄마가 감정을 조절하고 중심을 지킬 때, 아이는 그 안에서 자신을 탐색할 용기를 얻는다.
결국 사춘기 자녀를 위한 최고의 훈육은 ‘감정의 평정’에서 시작된다.

🌈 사춘기는 아이의 위기이자, 엄마의 기회다

사춘기는 아이가 세상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시기이자, 엄마가 ‘손을 놓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다.
엄마가 감정을 성숙하게 다룰수록 아이는 자신을 안전하게 분리할 수 있다.
사춘기는 결국 ‘엄마의 감정이 성숙해지는 시간’이다.

아이의 혼란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 혼란은 아이가 자기 자신으로 자라는 통로다.
엄마가 감정을 다스리며 한 걸음 물러설 때, 아이는 한 걸음 더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 “사춘기 아이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아니라, 엄마의 감정이다.”

💬 이정아 | 국제대학교대 유아교육과 교수
『이토록 다정한 사춘기 상담소』 저자.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감정 회복과 소통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