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연수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작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줄이는 항목이‘연수비’다. “나중에 해도 되지”, “급한 업무가 많다”,

“예산이 빠듯하다.” 그러나 이 단순한 판단 뒤에는 조직의 미래를 좌우하는 본질적 질문이 숨겨져 있다. 조직의 성장을 위한 가장 근본적 투자는 결국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을 단단하게 세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바로“연수와 교육”이다.

연수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팀이 소통하고, 서로의 목소리에 다시 귀 기울이며, 낯선 공간에서 자신과 동료를 새롭게 발견하는 조직의 재정비(Reset) 시간이다. 업무의 속도만 높이고 마음의 온도를 잃어버린 조직은 결국 방향을 잃는다.

연수는 그 잃어버린 온기를 되살리는 가장 실질적인 장치다.

최근 경기도내 기업체 직원들과 함께한 ‘혁신워크숍’과 우수공직자들을 위한 ‘지방 투어 워크숍’은 그 사실을 다시 보여주었다. 이천 도자기 마을에서 흙을 만지며 그릇을 빚던 직원들은 “조직 문화도 도자기처럼 함께 빚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손끝이 모여 하나의 형상을 이루는 과정, 그 조용한 순간 속에 혁신의 씨앗이 있었다.

강의실에서만 얻을 수 없는 배움, 즉 몸으로 느끼고 서로의 호흡을 알아가는 배움이야말로 연수의 진정한 힘이 아닐까. 또한 지방의 독특한 매력이야말로 일상에 지친 동료를 격려해주고 그 동안 쌓인 피로를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추억들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연수는 준비 또한 만만치 않다. 프로그램 설계, 강사 섭외, 현장 답사, 맛집과 체험 코스 선정까지. 그 모든 과정은 수고로움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정성의 층위만큼, 조직은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관계를 쌓는다. 연수는 하루짜리 이벤트가 아니라, 조직 문화의 토양을 기경(起耕)하는 일이다.

대한민국 지성사의 큰 족적을 남긴 이어령 선생은 생전에 이런 말을 자주 했다.“한 인간의 변화는 거대한 구조보다 조용한 깨달음에서 비롯된다.”이 말처럼, 연수는 요란한 구호가 아니라 조용한 자각의 순간들로 조직을 변화시킨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도 말했다. “조직의 문화는 전략을 아침 식사로 먹어치운다.” 그렇다. 문화가 건강하지 않다면, 아무리 훌륭한 전략도 힘을 잃는다. 연수는 바로 그 문화를 다시 세우는 첫걸음이다. 물론 예산은 현실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예산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다. 연수를 단순히 비용으로 보는가, 아니면 사람을 향한 투자의 선언으로 보는가. 이 작은 시선의 차이가 조직의 미래를 가른다.

필자는 금번 조직의 혁신 워크숍에서 마주한 직원들의 눈빛을 기억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집중도와 열기는 놀라웠다. 버스 안에서 함깨 소통하며 하나가 된 그 순간 조직은 어쩌면 아주 작은 균열이 아니라 새로운 문을 하나 열고 재창조의 길을 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조직의 경쟁력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잠든 가능성을 깨우는 일, 그것이 바로 연수의 존재 이유다. “연수(training)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그 투자가 쌓일수록 조직은 더 단단하고 더 유연해진다.

올해 연수 시즌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부서마다 결산하기에 바쁘다. 감사도 진행중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목소리나 근거가 아니라 내년을 준비하기 위한 현명한 결단, 즉‘예산에 담긴 진정한 의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금액이 아니라 시선이다. 당신의 조직은 내년 한 해, 어떤 배움의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