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첫 출발의 기로에 서 있다.지지자들의 헌신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그 기여가 공직과 권한으로 이어져야 할까, 아니면 원칙과 기준이 우선되어야 할까. 선택은 대통령의 몫이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국민 모두가 감당하게 된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건 단순한 지지 이상이었다. 거리에서, 조직에서, SNS에서 활약한 수많은 지지자와 단체들, 그리고 캠프 인사들이 있었다. 선거가 끝난 지금, 이들은 말없이 기다린다. “이제는 받을 차례”라는 공기 속에서 ‘논공행상’이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이는 새롭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 참여연대·민변 등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과 캠프 출신들이 대거 청와대와 정부에 입성했다. ‘캠코더 인사’라는 말이 당시 언론에 반복 등장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검사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장악하며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풍경이다.
하지만 공직은 보상의 대상이 아니다. 자리 배분이 잘못되면 국정은 무거워지고, 국민 신뢰는 멀어진다. 선거는 정치의 절정이지만, 통치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중국의 사례는 경고를 던진다. 마오쩌둥은 문화 대혁명 당시 홍위병이라는 열성 청년 지지자들을 앞세워 권력을 쥐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뒤, 이들이 국가 통치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결국 홍위병은 배제됐고, 많은 이들이 숙청 당하거나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다. 지지는 권력을 만들 수 있지만, 지지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보답’이라는 유혹을 넘지 못하면, 공정과 유능이라는 약속은 무너진다. 선거에서 함께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할 건 자리보다, 제도를 바꾸고 정책을 실현할 기회다. 지지자를 공직자 대신 동반자로 삼는 것이, 오래가는 권력의 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던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 능력과 신뢰로 운영되는 정부가 세워진다면, 그 자체로 대한민국 정치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정부가 그 전환점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