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6·25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을 맺은 지 만 60년이 되는 해다. 세계 역사상 가장 긴 휴전회담으로 1회의 예비회담을 비롯해 159회의 본 회담과 179회의 분과위원회 회담, 188회의 참모장교 회담에 이어 238회의 연락장교 회담 등 총 765회의 회담을 회담개시 만 2년만인 1953년 7월 27일에 정전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그러나 정전협정이라는 것은 평화조약이나 강화조약이 아니라, 전쟁을 일시적으로 멈추자는 협정이기 때문에 일단 치열한 전투는 멈추었으나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닌 긴장상태에서 60년이란 세월을 보낸 것이다. 6·25한국전쟁은 전쟁 당사국인 남한과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과 UN군이 참전하고 중국과 소련까지 개입되어 건국 이래 가장 잔인하고 안타까운 골육상쟁은 물론 참전국들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뜨거운 피를 흘리며 쓰러져갔다.

1945년 8월15일, 온 국민이 그렇게도 염원해왔던 일제의 압제아래서 벗어나 광복이 이루어진지 채 5년이 되지 않은 시기에 6·25 전쟁이라는 비극의 사건을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6·25 한국전쟁의 발발은 한반도가 예부터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주변국들에게 늘 침략의 대상이 되어왔었다. 6·25 발발 당시 북쪽으로는 험준한 산맥과 하천이 국경을 이루며 중국과 소련을 접하고 있었고 동쪽으로는 동해를 사이에 두고 일본을, 서쪽으로는 중국과 인접해 있어 대륙과 해양세력의 이해가 상충되는 전략적 교차점에 해당되었다.

1945년 8월 15일 한반도는 해방을 맞게 되었지만 이후 소련과 미국은 한반도에 38선을 설정하여 그 이북지역은 소련군이, 이남지역은 미군이 진주하여 각각 일본군의 항복과 무장해제를 담당하도록 했다. 물론 당시의 이러한 조치는 한반도를 분단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소련은 한반도에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소련은 북한지역에서 경의선과 경원선을 비롯한 주요 남행철도를 폐쇄시키고 교통과 통신을 제한 봉쇄하며 북한전역의 공산화를 위한 제도개혁에 착수했다.

이어 1945년 10월 14일 김일성을 등장시키고 이후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를 구성하여 사회주의 구축작업에 들어갔다. 반면 미국은 소련보다 남한의 진주가 늦어져 9월 7일이 되어서야 맥아더 미 극동군 총사령관이 남한에 대한 군정을 선포하고 아놀드 소장이 초대 군정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소련에 비해 남한에 대한 정책준비가 없어 다소 어려움을 겪은 미국은 이후 모스크바협정에 의거하여 설치된 미소공동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쳐 관련회의를 개최하였지만 소련 측이 ‘신탁통치를 반대하는 인사와 정당은 협의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남한 측 대표의 참석을 거부하는 바람에 결국 회의는 결렬되고 말았다.

1947년 유엔총회는 유엔 임시한국위원단을 구성해 그 위원단의 감시아래 남북한 총선거를 실시하도록 했지만 소련군이 입북을 거절한 것이다. 그리하여 남한과 북한에 각기 다른 정부가 세워지게 되었고, 이렇게 군사분계선이었던 38선은 각기 다른 정부가 수립되면서 국경선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북한은 소련에 의한 계획적인 군사력증가에 박차를 가하여 막강한 군사력을 갖추게 되자 김일성은 국내외 정세의 변화를 틈타 무력통일을 구상하고 마침내 1950년 6월 25일을 새벽을 기해 남침을 하게 된 것이다.

전쟁초기에는 파죽지세로 북한군에게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서울을 수복했고, 유엔군은 압록강까지 진격하게 되자 북한군은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여 26만의 중공군이 참전하면서 전세는 다시 역전되었고, 국군과 미군은 우월한 무기를 앞세워 다시 북한군을 밀어 붙였고, 밀고 밀리는 전쟁이 반복되면서 전황은 1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이 때부터 정전협정을 맺으려고 시도를 해오다가 2년만에야 성사를 시킨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다만 휴전중일뿐이다.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과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김철수 논설위원( 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