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기사와 영상이 국내외의 크고 작은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공식적인 매체 외에도 발달한 통신과학의 힘으로 SNS를 통해 더 빨리 더 소소한 소식들을 알아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서로 다른 취재원이 만들어 내는 뉴스가 어쩌면 그렇게 주요 방송사 및 신문사의 헤드라인이 유사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관점과 주요 관심사의 표출도 유사하여 그 신문이 그 신문인 듯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 다양한 시각으로 뉴스를 접하려고 서로 다른 매체의 신문을 읽어봐도 이슈위주의 구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를 다르게 한다. 대부분 내가 아는 정보의 한도 안에서 나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정확한 정보가 아닌 것에 기반한 판단이라면 모르던 정보를 알게 되었을 때 이미 결정한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정보가 없어서 합리적이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하고 유리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쪽이 정보를 가지지 못한 쪽을 악용하여 자기 이익만 챙기는 도덕적 해이를 가져오게 한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의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공식라인과 비공식 라인을 통해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고 매 순간 선택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내고자 한다. 정보가 바로 돈이 되는 시대에 더 확실한 정보를 얻고자 정통성을 가진 정보라인을 가지고자 하고 돈을 투자하여 먼저 정보를 얻고자 한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정보를 선취하려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의 언론의 모습은 어떠한가?

언론은 사회에서 그 구성원들이 내는 목소리를 표현하고 그 시대의 이념과 가치관을 표현해 주는 기관이다. 언론은 펜의 힘으로 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집어냄으로써 환경을 감시하고 공동체가 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선도자 역할을 하게 된다. 언론이 갖는 특성 때문에 언론은 비윤리적 행위를 하게 되면 대중의 지탄은 물론 법률적 책임도 지게 된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언제부턴가 매너리즘에 빠져버렸다. 본래의 역할을 잃어버린 채 가십위주의 기사가 회사이름만 바뀐 채 카피되고 있다. 이것저것 이슈가 되겠다 싶은 것들을 뭉뚱그려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가십거리의 기사를 퍼 나르는 것은 언론인으로서의 책임회피이다. 매번 발행될 때마다 진실성을 가지고 인습적인 것들을 초월하여 지적이고 교육수준이 높고 존경받을 수 있는 말을, 기사를 담아내야 한다.

어느 편에 편중되어 대중들에게 편견에 치우치게 해서는 안 된다. 부당함과 부패를 슬쩍 밀어두고 뉴스를 위한 뉴스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철저히 독립적으로 정보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야 한다. 그렇게 써 내는 기사를 보고 사람들이 생존의 정글을 헤쳐 나가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바르게 발전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독재 정권에서는 제일 먼저 언론을 자신들의 손에 넣어 필요한 정보와 이슈를 내보내게 하여 사람들을 최면에 빠지게 한다. 자신들의 당위성을 강화하려고 좋은 면만 부각시키고 나쁜 면은 아예 언급하지 못하게 하며 반대의 목소리가 있어도 아예 보도조차 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렇게 하여 찬성 여론을 만들어 내고 그런 모습들에 사람들은 독재 정권이 당연한 듯 최면에 걸려버리게 한다.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국민들이 바로 서면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최면에 빠지게 하는 기사를 걸려내는 힘을 가져야 한다. 독자의 성원을 받지 못하는 언론은 살아남지 못한다.

언론은 첨단 보도 장비와 우수한 인력을 갖추고 가십거리의 이슈만을 다루는 작금의 행태를 벗어나 발달한 장비만큼 보유한 능력만큼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정보와 뉴스를 생산해내야 한다. 이해관계에 따라 그리고 생존경쟁으로 몸부림치는 모습도 이 시대의 단편이지만 그러한 이해관계가 만들어낸 논조가 기사의 전부라면 언론의 의미는 사라진다.

각각의 언론이 자신들의 색깔을 가지고 다양한 방향성을 가지는 기사를 표출해야 무엇이 문제인가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자유로운 언론의 색깔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각각의 색깔에 따라 해당 언론을 따라가는 시청자도 증가하여 자연스럽게 언론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손자병법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白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다. 상대의 실정을 모르고 나의 전력만 알고 싸운다면 승패의 확률이 반반이라는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 상대를 알고 상대가 모르는 정보까지 알고 있다면 싸움에서 승부를 논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에서 정보란 생사의 키를 쥐고 있는 열쇠이다. 국민이, 정부가 백전불태를 넘어서는 강력한 생존력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언론들은 다양한 정보를 고루 그리고 온전히 전달해 주어야 한다.

/김용훈 논설위원(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