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09년1월 러시아 땅 엔치아( 지금의 크리스키노) 부근의 하리마을 비밀장소에서 당시 안중근장군과 11명의 동지들이 모여 비장한 각오로 각각 왼손 약지를 끊어 선혈을 모아 태극기를 만들었다.

이에 대해 안 장군의 자서전에는 태극기 제작에 대한 경위가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으니 “나는 동지들과 상의하면서 말했다. ‘오늘 우리 모두가 손가락을 끊어 동맹의 표시를 한 다음에 한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몸 바칠 단체를 만들어 기어코 목적을 달성토록 하는 것이 어떻겠소?’ 그러자 모두가 따르겠다고 했고, 우리 열두 사람은 각각 왼손 약지를 끊어 그 피로 태극기 앞면에 대한독립이라는 네 글자를 크게 썼다. 쓰기를 마치고 ‘대한독립만세’를 일제히 세 번 부른 다음 하늘과 땅에 맹세하고 흩어졌다.” 이 사건을 우리는 단지혈맹이라고 부른다.

그 후부터 안중근 장군은 약지를 끊은 왼손을 도장 대신 그가 쓴 유묵 등에 조국을 뜨겁게 사랑하는 일편단심의 상징으로 죽을 때까지 사용했던 것이다. 이 단지동맹 사건이 있은지 10여 개월 후인 1909년 10월 26일 아침 9시30분경 쌀쌀한 초겨울의 찬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진 하얼빈 역에서의 일곱 발의 총성과 총탄은 바로 안중근 장군의 손에 쥐어진 권총에서 발사된 것이었다.

이 가운데 세 발은 우리나라의 침략 원흉이었던 이토 히로부미에게 명중되어 현장에서 절명하게 했고, 나머지 네 발 가운데 한발은 하얼빈주재 일본 총영사인 가와카미토시하코의 오른팔에 한 발이, 그리고 일본 궁내대신이자 이토의 수행비서관이었던 모리야스지로의 왼쪽허리에 한 발이, 남만철도주식회사 이사인 타나카세이지로의 다리 관절에 또 한 발이, 마지막으로 남만철도주식회사 총재인 나카무라제코의 외투를 뚫고 오른편 바지에 한 발이 작열했다. 이날 안중근 장군의 사격술은 명사수였고 이토히로부미를 향해 날아간 세 발의 총탄은 가슴과 옆구리, 그리고 복부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관통시킴으로 나라와 민족의 원수를 일격에 처단시켰던 것이다.

그런데 안중근 장군의 순국 104주년이 지나도록 그 장엄한 역사의 현장은 겨우 풀랫 홈 바닥에 세모와 네모형태의 하얀색 타일 두 장만이 그날의 역사를 대변해주고 있었는데, 지난해 6월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성과중 하나로 하얼빈 역에 ‘안중근 표지석’을 설치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 관리들은 ‘안중근은 범죄자’라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이는 지난 세기 한민족에 대한 그들의 극악한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망언이자 또 다른 침탈행위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지난 2006년 1월 16일 하얼빈의 중심상가 지역인 중앙대가의 유로백화점 이진학사장이 사비를 들여 길이 3m 무게 1,5톤의 안중근 장군의 동상을 제작하여 백화점 앞에 세웠다가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해서 겨우 11일 만에 자진철거를 해야만 했다. 그 후 3년8개월 동안 백화점 지하공간에서 햇빛조차 보지 못하고 방치되었다가 이 소식이 고국에 알려져 안중근 장군 순국 100년 만에 우여곡절 끝에 돌아와 현재는 경기도 부천시가 조성한 안중근공원에 겨우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안중근 장군 동상 유치경쟁을 벌였던 우리고장 함평의 상해임시정부청사 앞에 동일한 크기의 동상이 또 하나 세워져 역사교육의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와 같이 애국선열들과 선조들의 피로 세워진 나라이다. 국론을 분열시키는 책동이나 집단이기주의로 야기되는 사회혼란은 결코 있어서 안 될 매국적 행위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기를 흔드는 이런저런 일들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게 만든다. 조선왕조 때 제정된 태극기는 일제 강압통치하에서도 우리 한 민족의 국기이자 자주와 독립의 상징이었다.

또한 1945년 해방을 맞았을 때도 비록 국토는 남북으로 분단되었지만 국기는 태극기 하나였다. 그러나 1948년 7월 북한의 공산집단은 돌연 인공기를 새로 만들면서 태극기를 버렸던 것이다. 태극기를 배신한 북한은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최악의 인권사각지대로 전락했다. 갑오년 새해를 맞아 우리 국민들은 태극기를 볼 때 마다 나라사랑을 생각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행동이 뒤 따라야할 것이다.

/김철수 논설위원<아동문학가·美솔로몬대학교 한국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