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음처럼,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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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음처럼, 처음처럼

장빈의 문화투데이 “도도 그라찌에(DodoGrazie)”의 음악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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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CNEWS]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꿈보다 익숙한 현실을 선택한다. 실패의 가능성보다 체면을 먼저 생각하고, 설렘보다 안정을 추구한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 순간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꿈을 미루는 데 익숙해진다. 그러나 음악은 조금 다르다. 음악은 나이를 묻지 않는다.

스무 살의 기타 소리도 아름답지만 예순의 기타 소리에도 그 나름의 깊이가 있다. 오히려 세월이 지나야 비로소 표현할 수 있는 감정도 있다. 젊음이 열정이라면 중년의 음악은 삶 그 자체다.

필자는 오랫동안 교육 현장과 방송, 강연 무대에서 살아왔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쉼 없이 달려 왔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음악이 남아 있었다.

어린 시절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던 설렘, 라디오를 들으며 DJ를 꿈꾸던 감성, 언젠가 다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은 세월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인공지능은 일상을 바꾸고 사람들은 점점 더 짧은 영상과 짧은 관계에 익숙해졌다. 편리함은 커졌지만 감성은 메말라가는 듯했다. 그래서일까. 오랫동안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음악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깨어났다.

그 무렵 제주 애월 버스킹 무대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음악을 사랑하는 중년의 친구였다. 우리는 음악 이야기를 나누었고 며칠 뒤 다시 만났다. “우리 음악 한번 해봅시다.” 그 한마디가 오늘의 도도그라찌에(DodoGrazie)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도도남’이라 부른다. 고교 시절 동아리 활동을 했고 대학에서는 음악 밴드를 결성할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이 깊은 사람이다. 지금은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며 바쁜 일상을 살아가지만 저녁이면 기타를 들고 연습실로 향한다.

수준급 기타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최근에는 색소폰을 배우고 있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새로운 악기에 도전하는 그의 모습은 내게 늘 작은 자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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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는 음악의 첫 음인 ‘도’를 뜻한다. 첫 시작의 설렘이고 제주도의 ‘도’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시 도전하는 우리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라찌에는 이탈리아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결국 도도그라찌에는 첫 음의 설렘으로 감사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노래를 잘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시작했다. 조회수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기 위해 노래한다. 버스킹 현장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들, 함께 박수를 보내주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음악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공감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독일 철학자 Friedrich Nietzsche는 “삶에 음악이 없다면 그것은 하나의 오류다”라고 말했다. 음악은 단지 소리를 듣는 행위가 아니다. 잊고 있던 자신을 다시 만나는 과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래를 들으며 추억을 떠올리고, 때로는 위로받고, 때로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도도그라찌에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다만 첫 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을 기억하려 한다. 제주에서 시작된 작은 음악 여행이 언젠가 이탈리아 광장의 버스킹 무대까지 이어질지, 아니면 동네 작은 공연장에서 머물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다. 꿈은 이루어져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작했기에 가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종종 나이가 들면 꿈도 늙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꿈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스스로 문을 닫아둘 뿐이다. 누군가는 여행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다시 노래를 부른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늦었느냐도 아니다. 여전히 가슴 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마음속에도 오래 미뤄둔 꿈 하나가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음악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지는 못한다. 그러나 잊고 있던 꿈을 다시 깨울 수는 있다. 음악에는 나이가 없다. 그리고 꿈에도 정년은 없다.

첫 음처럼, 처음처럼. 도도그라찌에(DodoGrazie)의 음악 여행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듯, 잘 살아낸 인생은 행복한 끝을 가져온다." Leonardo da Vinci의 이 말처럼 인생의 가치는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보다 얼마나 가슴 뛰는 순간을 남겼는가에 있는지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기타 한 대를 들고 또 하나의 첫 음을 준비한다. 그 음이 누군가의 오래된 꿈을 깨우는 작은 울림이 되기를 바라면서.




장빈의 문화투데이 진행
장 빈 YBC제주본부장/ 기자 chung105@ybctv.net        장 빈 YBC제주본부장/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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