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6억 성과급’ 논란, 보상의 문제를 넘어 지배구조의 시험대다
검색 입력폼
칼럼

삼성전자 ‘6억 성과급’ 논란, 보상의 문제를 넘어 지배구조의 시험대다

+
[YBCNEWS]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에 지급되기로 한 최대 6억 원 규모의 특별 성과급이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극적인 노사 합의로 파업은 막았지만, 그 대가로 조직 내부의 불균형과 주주 신뢰를 흔드는 새 갈등을 떠안은 모양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돈 잔치’ 논란이 아니라, 한국 대표 기업의 보상 철학과 지배구조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첫째, 보상의 공정성이다.
노사 합의에 따라 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특히 메모리 사업부는 연봉 1억 기준 최대 6억 원까지 받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이런 ‘초고성과 보상’ 자체는 세계 최고 수준 인재를 붙잡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그 효과가 회사의 다른 부문에 미치는 파장이다.

같은 DS 안에서도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는 메모리의 3분의 1 수준만 받을 것으로 전해지고, 스마트폰·가전 등 DX 부문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초라한 보상에 그친다. “실적 낸 곳에 더 준다”는 원칙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한 회사 안에 사업부 간 계급 구조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기업 내부의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 흔들릴 경우, 장기적으로는 성과 자체도 위협받을 수 있다.

둘째, 주주와의 관계다.
주주운동 단체는 “직원들만 6억 돈 잔치”라며 주주명부 열람과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상법 위반 여부와 무관하게, 회사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 이사회·주주와 충분한 논의 없이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만 정해졌다는 인상을 준 것은 분명하다.

성과의 열매가 누구의 몫인가 하는 질문은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배당, 투자, 임직원 보상은 같은 재무제표 위에서 경쟁하는 선택지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고액 보상이 필요하다면, 그 근거와 효과를 주주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했다. 이번 논란은 그 과정을 소홀히 한 대가로 볼 수 있다.

셋째, 노사관계의 지속 가능성이다.
이번 합의는 당장의 파업은 막았지만, 노조 내부에서는 “메모리만 6억”을 둘러싼 노노 갈등이 이미 표면화되고 있다. 특정 사업부가 협상 지렛대를 더 강하게 쥐게 되면, 앞으로도 ‘목소리 큰 쪽이 더 가져가는 구조’가 반복될 위험이 크다. 이는 교섭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갈등의 강도를 키우는 방향이다.

그렇다고 ‘성과급이 과하니 줄이라’는 식의 단순한 해법이 능사는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핵심 인재에 대한 과감한 보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문제는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이제 삼성전자가 내놓아야 할 것은 변명이나 여론 살피기가 아니라 제도 개편 청사진이다.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성과급 산식과 기준을 전사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회사 전체 성과와 사업부 성과, 개인 성과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최소·최대 한도는 어디인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노사 막판 협상’에서 숫자가 돌출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매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것이다.

둘째, 공통 풀 + 사업부 풀의 이중 구조가 필요하다.
전체 회사 성과에 연동된 기본 보상을 먼저 깔고, 그 위에 사업부 실적에 따른 추가 보상을 올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야 같은 회사 구성원으로서의 최소한의 형평성을 담보하면서도, 특정 부문의 초과 성과에는 충분히 보답할 수 있다.

셋째, 초고액 보상은 가급적 장기 인센티브와 자사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일부가 이미 자사주로 지급되기로 했지만, 락업 기간과 조건을 더 정교하게 설계해 직원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최대한 일치시켜야 한다. 현금 잔치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장기 주식 보상은 회사 가치 제고와 연동될 수 있다.

넷째, 보상 정책을 논의하는 상설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노사뿐 아니라 각 부문 대표, 이사회 보상위원회, 필요하다면 장기 주주 대표까지 참여해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합의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그때그때 파업 강도’에 따라 보상이 출렁이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6억 성과급 논란은, 한국 기업이 오래 미뤄 온 질문을 다시 던진다.
“성과는 누구와,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기업이라면, 보상 수준 못지않게 보상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에서도 최고를 지향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그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시장과 사회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준수 기자 ybcnews@ybcnews.co.kr        이준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