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나가는 시민을 세우고 어디 가느냐 묻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밀고, 가방을 열어 보라고 요구한다.
법적으로 말하면, 이들은 그럴 권한이 없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다르다.
“거절하면 봉변당할 것 같다”는 공포가 사람들의 발을 멈춰 세운다.
검문·검색은 공권력의 ‘최후 수단’이지, 민간의 장난감이 아니다
우리 법은 누가, 어떤 상황에서 사람을 세우고 몸과 소지품을 확인할 수 있는지를 매우 좁게 정해 놓았다.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관, 공항·항만 보안검색요원, 특정 법정 상황의 군·경을 빼면
민간인이 다른 시민을 세우고 신분증이나 가방을 확인할 권리는 없다.
그런데 잠실 주변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이 사실상 ‘사설 검문소’를 운영한다.
• “어디 소속이냐, 왜 촬영하느냐”
• “저쪽으로 가지 말라, 돌아가라”
말을 듣지 않으면 욕설이 튀어나오고, 카메라를 빼앗으려 손이 뻗는다.
이쯤 되면 이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가 아니라,
다른 시민의 신체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 행위에 가깝다.
경찰은 왜 ‘지켜보기 모드’에 머무르나 현장에서 시민이 느끼는 가장 큰 배신감은
불법 검문을 하는 시위대보다 옆에서 이를 말리지 않는 경찰에 있다.
경찰의 논리는 대략 이렇다.
• 강하게 제지하면 물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
•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했다는 역풍이 올 수 있다.
• 채증해 두었다가 나중에 사후 처벌하면 된다.
서류와 보고서의 언어로 보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지나가던 시민이 “가방 열어 보라”는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현장에서
그 논리는 공허하다.국민이 경찰에게 맡긴 임무는
“충돌을 피하며 방관하라”가 아니라 “법의 경계를 분명히 세워 달라”는 것이다.
집회의 자유와 시민의 자유, 왜 늘 저울의 양 끝이어야 하나 집회·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토대다. 그러나 그 자유가 다른 시민의 이동의 자유·신체의 자유를 밟고 설 때
국가는 어느 쪽을 먼저 보호해야 할까.
잠실의 풍경을 보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 질문을 피하고 살아온 것 같다.
• 차로는 경찰 차벽과 시위 차량으로 막히고,
• 인도는 방송차 스피커와 깃발로 가득하다.
• 그 사이를 겨우 빠져나가려는 시민에게
누군가는 “당신은 누구 편이냐”고 묻는다. 이 상황을 두고 “집회가 격렬해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은 국가의 자기 포기 선언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건 ‘새 법’보다 실천 가능한 원칙 해법은 거창한 입법보다 당장 현장에서 적용할 명확한 원칙 몇 가지에서 시작할 수 있다.
불법 검문·검색은 즉시 금지
- 경찰 지휘부가 집회 주최 측에
“참가자가 시민의 신분·소지품을 요구하는 행위는 전면 금지”라는 점을
사전에 통보하고,
- 현장에서 반복될 경우 개별 행위자를 분리·경고·연행한다는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보행 동선은 반드시 열어 두어야 한다
- 차로 점거와는 별개로, 지하철 출입구·버스정류장·상가·주거지로 가는 인도 통행로는 집회 강도와 무관하게 확보돼야 한다.
- 통행을 가로막는 것은 집회가 아니라 사적 통제다.
사후 처벌 결과를 공개한다
- “불법 행위를 했더라도 어차피 몇 명만 조사하고 끝난다”는 인식을 깨려면,
- 특정 날짜·장소에서의 불법 검문·폭행 가담자 입건·처벌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 그래야 다음 집회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잠실에서 마주친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나라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닌데, 왜 그 항의가 나를 상대로 한 검문이 되어야 하죠?”
집회는 권력에 대한 목소리여야지, 지나가는 시민을 상대로 한 작은 권력 행사가 되어선 안 된다.
그리고 그런 잘못된 권력이 거리를 점령할 때,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구경이 아니라 경계선 긋기다.
그 경계선을 더 늦기 전에 그어야 한다는 사실을, 잠실의 풍경은 우리에게 거칠게 상기시키고 있다.
장다성 기자 ybcnews@ybcnews.co.kr 장다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편집 : 2026.06.13 (토) 11:3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