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성장’과 ‘삶’ 사이에 끼인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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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평택, ‘성장’과 ‘삶’ 사이에 끼인 도시

평택을 취재하다 보면, 이 도시의 표정은 늘 두 겹이다.
하나는 반도체·항만·방산·미군기지로 상징되는 거대한 성장의 얼굴,
다른 하나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출퇴근길만 좀 살려 달라”고 하소연하는 평범한 시민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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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CNEWS] 요즘 평택의 당면 문제를 한마디로 묶으라면,
결국 “성장의 속도와 삶의 속도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로 귀결된다.

산업·인구는 앞서가는데, 도시는 숨이 차다

삼성과 평택항, 각종 산업단지가 몰려들면서 평택은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성장 도시가 됐다.
고덕과 지제, 송탄과 안중·포승에는 아파트 단지가 끝없이 늘어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 도로는 늘 막히고,
• 광역버스는 만원이고,
• 학교와 병원, 문화시설은 “곧 들어온다”는 말만 긴 세월을 건넌다.

“일자리는 생긴다는데, 정작 우리 삶은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성장의 과실이 시민 개개인의 일상으로 번역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도시는 불편하고, 원도심은 비어 간다

평택의 지도를 펼쳐보면,
평택·송탄·안중·포승·청북 등 생활권이 갈라져 있다.

신도시 주민들은 말한다.
“집은 새롭지만, 학교·학원·병원이 부족하고, 서울 가는 길이 너무 힘들다.”

원도심 주민들은 또 다른 푸념을 덧붙인다.
“옛 거리는 점점 비어 가는데, 투자는 다 새로 생긴 데로만 간다.”

결국 신도시는 ‘인프라 대기 상태’,
원도심은 ‘재생 대기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정작 필요한 건,
• 신도시에 학교·보건·문화시설을 함께 짓고,
• 원도심에는 교통·주거·상권을 묶은 재생 전략을 넣어
두 축이 서로를 보완하게 만드는 진짜 균형발전인데,
정책은 여전히 “어디에 더 많이 줬냐”는 공방에 머물러 있다.

교통은 모든 문제의 ‘증폭기’

평택에서 교통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도시의 구조적 문제를 증폭시키는 장치다.

• 신도시와 산업단지는 교통망 설계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먼저 들어섰고,
• 출퇴근 시간마다 서부권과 도심을 잇는 도로는 사실상 주차장이 된다.

GTX와 광역철도, BRT 논의가 이어지지만,
시민이 묻는 건 늘 같다.

> “언제, 어디까지, 실제로 얼마나 줄어드는 거냐.”

숫자와 일정이 빠진 ‘청사진’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다.
교통 문제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아니라,
“내 출근 시간이 몇 분 줄어드는지”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성장의 그늘에 선 환경·안전·복지

평택항과 미군기지, 대형 공장과 물류차량은
도시에 일자리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소음·대기·안전 불안을 키웠다.

• 항만 인근과 국도 주변 주민들은 미세먼지와 소음에 지친 지 오래고,
• 농촌·어촌 지역은 고령화 속에서 돌봄과 의료 공백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 한쪽에서는 최첨단 반도체가,
다른 한쪽에서는 버스 한 대, 병원 한 곳이 절실한 현실.

이 간극을 줄이지 못한다면
평택은 “성공한 산업도시”일 수는 있어도
“살기 좋은 도시”라는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몇 개 유치했나’가 아니라 ‘누가 달라졌나’로 물어야

정치권과 행정은 여전히
• “어떤 기업을 더 유치했는지”,
• “어떤 대형 프로젝트를 따냈는지”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평택 시민이 체감하는 당면 문제는 훨씬 구체적이다.

• 아침마다 버스 정류장에서 줄을 서는 시간,
• 아이 학교 앞 횡단보도의 안전,
• 서부주민은 아이와 부모님이 병원에 가기까지 걸리는 거리,
• 월세·전세 계약서를 갱신할 때의 불안.

기자 입장에서 볼 때,
이제 평택 시정과 정치에 던져야 할 질문은 조금 달라져야 한다.

> “어떤 개발을 하겠습니까?”가 아니라,
> “누구의 삶이, 언제, 어떻게 달라지게 만들겠습니까?”

성장과 삶, 산업과 주거, 신도시와 원도심.
이 엇갈린 축들을 어떻게 한 도표 안에 올려놓을지,
그 설계 능력이 앞으로 몇 년, 평택을 평가하는 진짜 기준이 될 것이다.
이준수 기자 ybcnews@ybcnews.co.kr        이준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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